연극&뮤지컬

연극 [조씨고아,복수의 씨앗]

garami0 2015. 11. 22. 21:33

조씨고아란 작품에 대해선 책을 읽어 보거나 드라마, 영화를 본 적도 없으니, 내용만 조금 들은 풍월만 있는 얕은 수준이었는데, 어쨌든 연극 관람당일 아침, 문득 이런 생각들었습니다.

인생지사 일장춘몽이야. 그렇게 죽을동 살동 아둥바둥해봤자, 알고보면 다 별거 아닌 꿈 뿐이야.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딱 찝어 말하기 어려운게, 제가 조씨고아 작품 주제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바가 있던 것도 아니었고.....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때문에, 저도 의식 못하고 있는 사, '복수', 이 문제에 생각이 고착되어 있었지 않나 추측하게 될 뿐.

그리고 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 꿈에 박정희 대통령이 나타나신다면 뭐라고 할까......이런 웃긴 생각까지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
근혜야.......내 딸아. 내가 세속의 탈을 벗고보니, 당시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었나 깨닫게 되었구나. 인생지사 한낱 끔같은 거란다. 당시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던 것들이, 그렇게 미련을 가지고 아둥바둥 붙잡으려고 죽을동 살동 매달렸던 것들, 한낱 미미하고도 미미할뿐인 세속에 묶인 어리석은 존재의 미련과 집착, 욕심 뿐이었다는걸 깨닫게 되더구나.
너도 아직 한낱 세속에 묶여있는 몸. 네 심정을 내 이해는 한다. 나 역시 세속을 떠난지 몇십년이건만 여전히 애비로서의 욕심만은 깨끗이 구어내지 못했는지, 네가 애비와 똑같은 과오를 저지르진 않길, 이 애비보단 백배 천배, 백만배 현명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내길 바라게 되는구나.

ㅎㅎㅎ. 아.......아무리 내 상상의 산물이라해도 상당히 재밌는 발상이란 생각이 듦. ㅋ. 자화자찬 얼씨구나~.
제가 그림을 잘 그린다면 풍자 단편 만화같은걸 그려서 여기에다가도 한번 올리는건데. ㅎㅎ
시도해볼까 생각중.

어쨌든, 국립극단의 작품이라니 좀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글쎄....그럭저럭 괜찮았다고나 할까.

솔직히 별건 없지만 공연 관람후 느낌이랍시고 몇개 좀 쓰다보니, 관람후 대충 맘에 남는 여운을 되씹어보며 생각만 하고 넘어갔을때완 달리, 이렇게 저렇게 걸리적 거리는게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예를들어 관람한 공연들을 죄 한군데 모아놓고 전체 공연들에 휘둘러댈수 있는 일괄적인 잣대에 의해 (소위 객관적이란 탈을 쓴), 얘는 극본, 연출, 연기, 구성, 무대장치등에 의해
총점 얼마니깐 별 몇개, 쟤는............이런식으로 평가가 되는게 절대 아니란 사실을 깨달음. 적어도 제 입장에서는.

보통 전문가들의 영화평을 보면 그렇쟎아요. 오락성이 강조된 작품은 작품성 높다는 영화에 비해서 한결같이 평점이 낮은거.

어쨌든 제 경우는, 진짜 무지 주관적이지만, 그냥 가볍고 편하게 볼수 있는 연극들은 그 나름대로 무거운 주제를 가진 작품들은 그 나름대로, 작품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바를 목적에 맞게 충실히 구현해줬고 관객인 나의 기대감에 충분히 부합해주고 재미를 줬느냐 아니냐 식으로 평가가 된다고나 할까.

어쨌든 이 작품은 특별히 나쁘진 않았지만, 국립극단 작품이라고 해서 많이 기대한 것엔 못 미쳤기 때문에 특별히 아주 좋았다고 말하기도 좀 어려웠음.

조씨고아는 사실 역사적 대서사시라고 하는데, 사실 어떤 얘기이든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합니다.

이 작품은 단면적으로 일부 일부 잘라서 들여다 본다면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일단은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해, 관객들을 극 전반에 걸쳐 무겁게 꾸욱 눌러주는 카리스마가 있음.
그리고 단면 단면 아기자기하며 섬세한 텃치로 비극적 서사시에 희극성 양념이 좀 가미됨. 예전에 '변강쇠 점찍고 옹녀' 극에서도 느꼈지만 고선웅 연출가님은 디테일에 섬세한 텃치를 가미하시는데 좀 일가견이 있으신 듯함.

문제는, 단면적으로는 괜찮지만, 전체적 극 구성력이 좀 떨어진다고 느꼈달까. 서사 전개 방식이 기승전결 균형감이 부족했고(앞을 너무 질질 끎), 전체와 부분의 조화력이 약하고, 전체 스토리를 이끄는 힘의 강약조절이 부족하다고 느낌. 곁가지가 너무 많다보니 중심기둥에 굵직굵직한 부분들에선 좀더 힘있게 받쳐주지 못해 효과가 떨어지는것 같았습니다. 확 정신없이 휘둘러줘야 하는 중요 대목들이 크게 강조되는걸 별로 못 느끼겠음.

연기 부분에서 큰 문제로 느껴졌던건,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는데 이 극의 주인공격인 정영이나 조씨고아의 연기는 특별하게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못했다는것. 정영이나 정영아내 연기는 진득함이 부족하게 느껴졌고, 조씨고아의 경우는 이 극에선 희극성을 많이 살리는데 인물 구현이 웃긴것도 아니고 너무 어중간하며 다른 인물들과 화해적이지도 못함.

극의 근간 내용으로 조씨고아를 살리기 위해 정영이 자신의 아들을 대신 희생시키는 부분에선, 정영이 많은 이들에게 설득 당하지만 특히 자신 내부의 심리적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충분히 살려지지 못했다 싶어,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게 보여졌고.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은 정영이 조씨고아에게 여태까지의 사건을 그림족보같은걸로 설명하는 부분. 관객에겐 반복되는 얘기라 지루하기만 하고 정영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등장인물들이나 이걸 처음 듣는 조씨고아 인물탐구, 배경상황이나 사건에 이를 통해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주는 건 하나도 없던데......굉장한 시간낭비 같았음.
2막의 근간내용으로 여태껏 친아버지같이 사랑하고 받들었던 양아버지가 사실은 자신의 족벌의 원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복수를 향해 달려드는 조씨고아 인물의 구현은 희극성이 너무 강조되어 심리적 갈등과 화해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고.
결말인 '복수는 무상하다' 부분은 개인적으로 공감은 하지만, 서사 앞부분에서 너무 질질 끈 까닭에 뒤를 서둘러 마무리하는 분위기라 역시 힘이 좀 떨어짐.

글쎄 너무 많은 인물을 등장시켜서 그런게 아닐까. 국립극단이라서 이 인원을 다 써먹어야 되서 그런가? 굵직하게 메인스토리를 꽉 잡고 이어나가는덴 사실 이 많은 인원이 별로 필요없었다 싶음. 아기자기한 맛은 있는데, 사실 이 연극이 아기자기하자고 보는건 아닌지라....옆에 왔다갔다 인원들까지 캐릭터를 살려주려니 오히려 좀 산만했다 싶음.

무대장치는 상당히 간결했는데 어쩔땐 여백의 미가 지나치게 느껴질 정도였음. 무대가 많이 바뀌는데 병풍같은 것으로 좀더 살려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