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연극 [행복]

garami0 2015. 8. 31. 15:02

이 연극은 보고나면 행복해져야 할것 같은 분위기의 타이틀과 포스터를 가진 연극인데, 보고나서 별로 행복한 느낌이 안들어.......왜 괜히 더 우울해지지?
하도 더운 날에 봤더니 이런 여름엔 안 어울리는 연극이었나. 하여튼 더운 날씨완 상관없이 마음이 은근스레 따땃해지는 연극을 기대하고 갔는데 나오는 길엔...하...늦은 저녁인데도 덥구만......더 더위에 짓눌리는 느낌으로 집으로.

솔직히 말해서 개념없는 극도 아니고 엉망으로 씌인것도 연출된 것도 연기된것도 아니라 그런대로 볼만은 했는데, 좀 무거운 얘기에 배우들은 펑펑 울어대는데 전 기본적으로 연기자들과 함께 감정선을 탈수가 없었던 것 같음. 아늑한 방 하나로 꾸며진 무대위에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데, 솔직히 실제 내용이 별로 없는것에 비해서 구성만 좀 여유없이 짜놓은게 아닌가 싶었음.

기본 스토리는 각각 불치병을 가지고 있는 서로 깊이 사랑하는 부부관계의 두 남녀가 상대방의 병을 상대방에게 숨기며 (충격을 안 주고 싶어서?) 힘든 사랑을 하는 얘기. 메인스토리 전개는 대충 예상대로 흘러감.

여자의 병은 희귀병으로 못 들어본거 같은데 지나치게 감정이 고조되면 숨이 막히는 병을 가진것 같고, 남자는 권투로 인한 잦은 뇌 외상으로 조기치매 종류.

어떤 형태이든지 치매나 기억상실증은 발현되는 증상이 상당히 놀라워, 초기증상, 질병의 악화과정과 그와 함께 적응과정에서 본인및 보호자가 겪게되는 희노애락 감정변화,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한 여러가지 삶의 측면들에 대한 인식변화등등에 진짜 스토리와 드라마가 있다고 보는데, 이 연극은 그걸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에 저에겐 특별히 내용 있는 걸로 보이지 않았음.
그러니깐 상대 배우자에게 상대방의 병을 숨기면서 쿵작쿵작만.....? 뭐 하자는 건지? 젤 맘에 안든게 돼지 저금통 가지고 난리.....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져서 그 놈의 돼지 탁 없애고 싶었음. 걔가 더 짜증남.......등장인물들한테 답답하고 짜증나는걸 걔한테 감정 전이한건가?

작년인가에 TV및 영화 아역배우로 유명하신 이재은씨가 치매에 걸린 할머니로 나오는 연극을 봤었는데, 그것도 너무 단조로운 상황설정으로 현 상태를 반복해 보여주는 것 이외에 배경설명 조금은 다 대화내용에서 추정하게끔 한게 전부라 전 별로 재미가 없었음.

하여간 행복, 이 연극서 여배우분이 진짜 극내내 펑펑 울어대시는데...허...어떻게 저렇게 우실수 있을까.....연극은 한번 컷! 하면 끝내는 TV 드라마나 영화도 아니고 무대 서실때마다 저렇게 우시려면 힘드시겠다....하고 존경스럽게 쳐다보기만 함. 같이 울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어떤 분들은 우심) 한마디로 이 연극은 울어라 울어라,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한다고 들이미는것 같아 제 경우 외려 감정적으로 부담스럽게만 느낌.

글쎄..... 미뤄왔던 영화 <스틸 앨리스>를 봐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음. 프리뷰를 보면 이게 내가 이런 소재에서 기대하는거 아닌가 싶음.

여담이지만, 제가 관람한 때가 아마 이 연극 공연 초기였는지 관객석 맨뒤 벽쪽에 이 연극의 연출가라고 추정되는 분이 앉아 계셨던 것 같음. 바로 그 옆에는 음향효과등을 위한 부스가 있었는데, 아마 이 스태프분이 극중 몇번 실수하시지 않았나 싶음. 연출가 같은 이 분이 마구 열 받으셔서 몇번이나 부스안으로 얼굴을 들이대며 뭐라뭐라 하시고 공연쪽으로 얼굴을 돌리신 후에도 계속 불만작렬. 물론 낮춰진 소리로였지만 작은 소극장이다보니 객석 뒷좌석에선 소리가 꽤 들렸고 이건 솔직히 관람에 방해되더라는. ㅎㅎ. 어쨌든 열심히 준비하신 작품에 실수가 나오니 심하게 열받으시는 심정은 이해는 가지만 극 진행 및 관람에 방해될 정도로 본인이 소리를 내시는건 솔직히 프로정신이 부족하게 보임. 어쨌든 벽에 기대 다른 관객들과 함께 극을 관람하는 그 분 표정이 살인적이어서 무서웠음.

컥! 아무리 이름없는 블로그에 몇 자 쓰는거지만 너무 솔직하게 쓸데없는 얘기까지 덧붙이고선 후환이 두려움. 하지만 아무도 안 읽으니깐 별로 상관없음이야 하고 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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