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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를 지승호씨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 책인데, 공지영 작가가 워낙 솔직하게 본인의 삶과 책에 대해서 얘기를 해 주시는지라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공지영 작가는 작가분들중에서도 워낙 사람들에게 회자가 많이 되는 분이시죠. 베스트셀러 책들을 많이 내셨지만 안티도 많으신것 같고, 그분의 개인사에 대해서도 그렇고, 하다못해 그 분의 예쁜 외모에 대해서도.

전 사실 공지영 작가님 외모에 대해선 책에 실린 사진등을 보고 '예쁘신것 같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사진이란 걸로 온전히 다 알은 양 할순 없다는걸 무릎팍도사 출연 동영상(유튜브)을 보고 새삼 느꼈음. 젊었을때 정말 탤런트 뺨치게 예쁘셨어요. 그러니 그 분 외모 가지고 사람들이 그렇게 난리쳤나 봄. 작가가 이렇게 예쁜건 처음 본 촌스러운 한국사람들 탓을 해야지.ㅎㅎ. 요즘 젊은 작가님들중엔 외모가 예쁜 작가님들이 좀는데, 이전엔 없었나 봄. ㅎㅎ

을 읽으면서 받게되는 공지영 작가님에 대한 인상은 원래 제가 그 분 소설들을 보고 추측해 본것들과 비슷했습니다.

좋은 부모님들 밑에서 좋은 환경속에서 곱게 자라신 분이고 (이에 대해서 '부르조아'니 '부르조아 죄책감' 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글쎄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요즘 부르조아 -소시민적 부르조아- 아니고 싶은 사람이 있나 전 그런 생각을 함), 어려운 일 많이 겪으셨지만 여전히 순진무구함을 잃지 않으셨고, 자신이 믿는 바에 열정적이고 그에 대해 목소리 높이길 서슴지 않으시고, 사람들에 많이 치이셔서 이제 사람이 질린듯 말씀하셔도 기실 정 많으시고, 근본적으로 낙천적이시고 삶과 사람이라는 것에 믿음과 애정이 있으시고, 강한척 하지만 실제 예민하셔서 상처도 잘 받으시고.

늘어놓고 보니 대충 좋아 보이는 만 있네요. ㅎㅎ. 이런건 제가 받은 인상이지만 뭐 같은 책에 받은 인상이라도 사람마다 천차만별 다를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사람의 성격, 성질들이 평면적이고 단색이 아니라는데에 함정이 있는것 같습니다. 극단적으로는 똑같은 성질이나 성격이란게 상황에 따라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보이쟎아요.
예를 들어 솔직하다는 것 그 자체는 무한정 순수하게 좋기만 해야 할것 같은데, 이게 순진함, 거기다 목소리 크게 내는것과 결합되면 항상 장점으로 보이지는 않죠.

공지영 작가의 경우가 그런게 아닐까 싶은데, 요즘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이나 무감각함에 빠져 있어 그게 외려 사회 문제시화 되는 때인데, 공지영 작가님은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항상 열심히 싸우시는 듯. 지금은 나이가 드셔서 좀 덜 하시다는데 예전엔 안티팬하고도 보수적인 기자들과도 그 자리에서 붙잡고 열심히 몇시간씩 싸우셨다고 하니, 그게 솔직+순진+열정+목소리 큰것 아닐까 (여기서 순진함이란, 그렇게 시간 쓰고 목소리 쇠가며 그 사람들과 싸우는게 무슨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으신게 아닐까 싶어서).

제가 이 작가님에 대해서 이런저런 평을 하거나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전 작가님을 좋아하기도 하고), 이런 성격이 너무 뚜렷하셔서 상대적으로 극단적 양상의 반응을 많이 불러 일으키게 되는게 아닐까 추측. 게중 이상하게 부정적 반응이란게 목소리가 항상 더 크다고 하죠.
저 자신도 보면, 세상에 좋은것,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굳이 겉으로 일일이 표현하지 않아도 이미 마음속 포만감으로 혼자 이기적으로 배나 두드리고 있게 되고, 반면 정말 화나는 일이나 사람에 대해선 굳이 쫓아가서라도 한마디 하고 싶어지니깐요. 그게 인간 본성일까.

챕터 제목이 작가의 작품들 제목들로 구성되어 그 경로를 따라가면서 인터뷰가 진행되는데, 공지영 작가님이 의도적으로 쓰시는 소설적 기법이나 장치에 대해서 얘기하시는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별들의 들판】이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독자가 잘 모르는 세계에 대해서 작가로서 현대 일반 독자를 매개해주기 위해 평범한 사람이 무지의 상태에서 출발해서 그들에게 접근해 단계적으로 독자의 감정이입을 끌어내는 방식을 썼는데, 그게 작가 본인이 독자와 소통하는 방식이라는 것인데요. 저는 이런 방식이 공지영 작가의 작품들속에서 특징적으로 매력있게 나타나는게 아닐까 생각 했었습니다 (이런 방식이 독자적이거나 새삼스러운건 아니니깐요).

독자들을 몰입시키는 공지영 작가님 글의 매력이 어디에 기인한 걸까 그런 생각 좀 하게 되죠.

'대중과 영합해서', '통속적'이라서 이런 말도 안되는 얘긴 제발 꺼내지 말지 싶음. 제가 평론을 안 읽어봐서 잘 모르지만, 참 너무 무식해 보이는데 유명 평론가들도 이런 얘기했다고 함.
특히 초기 대표작이라고 할수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작품이 많은 독자수를 끌어들이며 이런 비판을 많이 받았다는데, 전 너무 웃기는게 '대중성', '대중과 영합' 이라는게 근본적으로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하는 말 같음.

그러니깐 대중성이라는게 단어 자체의 의미로 보자면 '(동시대) 많은 사람들한테 어필할수 있는 성질' 같은 것이겠지만, 실제적으로 우리는 일상에서 보통 '기존에 대중한테 인기가 있는걸로 잘 알려진 성질' 의 의미로 많이 쓰는것 같습니다. '대중성' 자체에 '대중과 영합한다'등 예술성과 대조적인 의미로서의 경시적 의미가 종종 덧붙여지는 까닭은,  따라서 건설적이고 새로운 도전없이 이미 인기있는것으로 잘 알려진 대중기호에 편승/기생해 이득을 얻고자 의미없는 혹은 퇴보적인 재생산만 반복하려하기 때문이겠죠.
'대중성'을 획득한 작품들에 대해서 무조건/무차별적으로 저질판단 내리는듯한 이 용어 사용은 뭔지. 그럼 책만 예를 들어도 베스트셀러니 길이길이 세대를 걸쳐 대중에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고전들은 다 저질이게?

그런데【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그렇게 말하다니. 이 작품의 성공은 놀라웠습니다. 아무도 그 정도까지를 예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5년전쯤까지 7-80만부가 팔렸다고 하죠). 그리고 독자들이 이렇게 반응한 이유는 뭐였을까? 제가 한국 문학 흐름을 꿰고 있다 이런 얘기는 절대 못하지만, 그 전엔 이런 작품이 없었기 때문이죠. 물론 그래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러 종류의 반응이 나온 거겠지만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 대해선 다음에 좀더 이야기해볼까 싶기도 한데, 어쨌든 공지영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작가가 다 아는 척 전지전능의 시점을 취하지 않고, 독자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경향이 강한것 같습니다. 솔직히 작가가 잘난척 안한다고 할까.
어떤 면에서는 작가에게 온갖 아는척과 천재성, 상상력과 창조성으로 모든 구석구석까지 세밀히 그려 넣어주길 기대할수도 있는데, 작가님은 본인도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여백은 여백대로 대충 내버려 둔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 솔직함속에 독자들의 가슴에 울리는 반향이 있습니다.
일인칭과 삼인칭의 시점이 각각 장단점이 있는것과 같이, 분명 불완전하고 시점도 제한적으로 보이지만, 공지영 작가의 작품들은 다른 작품들과 견주기 어려운 생생한 현실감과 현장감이 있고, 작품전체를 가로질러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거는듯한 작가의 목소리엔 존재감이 있습니다. 후자 경우는 그것대로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그게 작품 캐릭터들속에 잘 녹아 있으면 외려 작중 인물들 생동감과 실재감을 살려주니, 독자들이 그 현실에 빨려들어 마구 흡입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작가님도 인터뷰에서 '내가 거짓말을 너무 잘하나봐요' 라고 얘기하시는데, 그래서 때론 독자들이 공지영님의 픽션을 논픽션으로 많이 착각하는게 아닐까 싶거든요. 물론 작 본인의 실제경험에 많이 되었지만 예를 들어 【즐거운 나의 집】같은 경우, 거기 나온 얘기가 모두 진짜 얘기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어쨌든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곁가지로 하나 덧붙이자면, 정말 웃기고 유쾌한걸 읽고 싶으실때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 학교】를 한번 읽어시길. 제가 공지영 작가님이 쓰신 논픽션은 이밖에 읽은게 없긴 한데, 너무기더라고. 그런데 이것도 가감없이 논픽션은 아닌듯 한데, 공지영 작가님이 의외로 이런 유머스런 종류의 글에 소질이 많으신걸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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