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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9
Books |2016. 8. 29. 19:13

이 책은 정말 독자적이고 경이로운 체험기를 보고하고 있어 추천해보고 싶습니다. 이미 많이 아실것 같긴 한데요.소위 소설이나 영화같은데서 상상의 산물로나 만들어질 법한 일인데, 실제상황으로다가 이 간 큰 한국 여인이 대담하게 북한에 언더커버 저널리스트로 잠입합니다. 스파이 저널리스트?명목은 평양의 영어 선생님.한국의 딸은 용감하군요.ㅎㅎ한국에서 어릴때 이민을 가서 학교 교육을 미국과 영국에서 마친 저자는 이제 한국말엔 서툴러지고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인생 첫 13년은 여전히 저자에게 현실로 남아있으며 집이 어디냐는 질문에는 항상 마음이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저자의 북한에 대한 오랜 관심은 저자의 양 부모님 다 분단시 이산가족의 아픔을 겪으신 가족사 영향이 큰 듯하며 저자는 이를 '집착'이라고까지 표현하는데, 저널리스트로 처음 북한을 방문했을때 북한에게 웬지모를 편안함과 일체감을 느끼는등 북한에 대해 막연한 애정이 있었다고. 졸업후 소설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등으로 활동하던 저자는 지인을 통해 신설된 평양과학기술대학교(남학교)의 영어교수로 북한에 들어갑니다 (미국시민권이 있어서 가능). 평양과기대는 외부 복음 기독교 단체들이 자선 기부금을 받아 설립, 운영까지 알아서 해결하고 북한내에서 포교활동은 일체 하지 않겠다는 약속아래 북한당국에서 허가를 맡아 세워진, 최고 엘리트 계층의 자식들을 위한 대학. 북한당국은 힘도 엄청 셉니다. 어마어마한 자금도 이쪽이 다 부담하고 좋은 교육 다 시켜주겠대도, 행동 한톨하나 북한당국의 가차없는 지령과 감시하에 오히려 이쪽이 끊임없이 눈치보고 벌벌 떨면서 혹시 쫓겨날까 빈대붙듯 죽어라 매달려야 합니다.어쨌든 기독교도 아닌 저자가 기독교인 행세까지 하면서 북한에 들어가는데 저자의 궁극 목적은 북한당국을 비롯해 적어도 학교 관련자들에게는 참 불순한 것이겠죠. ㅎㅎ역자도 언급하지만 우리가 북한실상에 대해 탈북자등을 통해서 좀 들어보긴 했지만 실제 북한고위층 자녀들을 밀접하게 만나본다는 건 드문 얘기일것 같고, 부지런히 작성된 노트에 의거해 엄격한 저널리스트적 사실주의에 충실히 대화 하나하나 최대한 실제상황 그대로를 재현하려 한 이 체류기는, 북한의 총체적 실상을 전해주진 못한다 하더라도 저자의 바람처럼 북한 일상의 상당히 흥미로운 단면을 엿볼수 있게 해주는것 같습니다. 우연히 이 시기가 김정일 생의 마지막 6개월과 일치해 북한은 새로운 과도기를 맞고 있던 때. 분단전 그때 그 북한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제 점점 우리의 기억속에나 남는 존재로 사라져가는데, 과연 이렇게 가깝지만 먼 나라 북한과의 통일 필요성에 대한 각성이랄까 의식이랄까가 언제까지 지속될수 있을까. 우리는 아직 북한 사람들을 우리 단일민족이란 테두리안에 포함시키고 있는지. 글쎄요. 결국 의견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제 생각엔 같은 역사를 공유했었고 같은 한국말을 쓴다는건 쉽게 저버리기 어려운게 아닐까.한편으론 결국 실리관점인데, 독일 경우도 그렇고 중국사회의 경제나 인구정책변화같이 결국 언젠가는 국력을 더욱 키우고 싶은 욕망과 필요에 의해 통일실현 가능성이 대두되지 않을까 싶기는 함.현재추세의 글로벌 사회에서 북한도 폐쇄사회를 유지시키는데 점점 더 필사적인 안간힘이 필요해질텐데 그럼 언젠가는 안 터질래도 안터질래나 싶기도 하고요.책을 보시면서 저같이 받아들이실진 잘 모르겠지만, 이 학교의 학생들을 보면서도 그런 가능성이 엿보이는게 아닐까 곰곰히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워낙 '뭐든지 경쟁'에 익숙해져 있고 자존심은 또 엄청 세서 뭐 모른다는 말 죽어도 하기 싫어하고 못한다는말 죽어도 듣기 싫어하는 이 학생들이 결국 미래 북한사회의 권력 계층을 이룰텐데, 사실 좀 웃기죠. 그들이 최대 적으로 여기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괴수장 미국의 언어인 영어를 배우고 또 남보다 더 잘하려고 바득바득 기를 쓴다는게요. 영어 잘하면 엄청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합니다. 물론 적을 알아야 이긴다가 말은 좋은데, 역으로 그 견고한 폐쇄사회의 댐둑에 틈새를 제공해줄 위험성도 많지 않을까 싶음.참 요즘 세상에 요즘 사람들같지 않게 희한하게 살고있는 학생들 얘기가 여러 복잡한 의미로 흥미진진 합니다.저자의 말마따나 학교를 가장한 감옥같은 캠퍼스에선 학생들뿐 아니라 교수들조차 학교 캠퍼스를 마음대로 이탈하는게 허용이 안되고 떨어진 가족들과 맘놓고 연락을 주고받지도 못하는 상황. 스마트폰도 없고 인터넷이 뭔지 스티브 잡스가 누군지도 모르는 학생들, 너무 거짓말 세상에 익숙해져서인지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굉장히 헷갈려하며, 자주적/비판적인 사고가 극히 결여되어 있어 근거에 뒷받침되어 자신의 언어로 풀어야 하는 에세이 쓰기를 낯설어 하는 학생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여느 그맘때 학생들과 다르지 않게 순진하고 선생님을 따르며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하고 자신의 장래나 진로에 대해 불안해 하며 떨어진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이성에 대해 설레는 마음을 가진 그들. 그 중 인상적인게 뭐든지 굉장히 눈치를 많이 보는듯한 모습들 - 이게 한편으론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좋은 주의력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상당히 기회주의자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부정적이다 싶은 모습들에 대해선 비난 거리로 삼아 씹자는 의도가 아니라 이 학생들을 좀 진정으로 이해해 보고 싶은 마음에 좀 곱씹어 보게 됨. 이런 사회가 아이들을 이렇게 만드는구나 하는.연장으로 생각해 볼만한게, 이 아이들에게 흔히 떨어지는 비판적 시각의 주 타겟, 외부사람들이 보기에는 어처구니없게도 김일성 찬양, 북한이 최고의 나라라고 앵무새처럼 자랑스럽게 내뱉는 그들의 말들엔 단순히 세뇌교육을 순진하게 받아들인 안타까움만이 있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소위 그런 얘기들을 순진하게 믿으면서 기실 그 저변엔 정말 자기의 존재, 주위 사람들과 내 나라에 대해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큰게 아닌가 싶거든요. 자연적으로 외부에서 제기되는 어떤 이의견에도 방어심을 우선 곧추 세우겠고.보통 자신의 나라와 역사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은 나와도 동일시되면서 동시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지 않나요. 어쩌면 이 아이들은 보통 희망이라는 게 그렇듯 그냥 순수하게 이 허위선전들을 믿고 싶을뿐인지도 모릅니다.소위 말해서 북한의 경우와 같이 황당한 수준은 물론 아니라도 어느 나라에서나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좋은 나라' , 그리고 부정적인 면들도 있지만 궁극적으론 언제나 희망적인 전망을 얘기하고 싶어 하쟎아요. 뭐 이런 보편적인 사람의 심리를 악용해 온건 인류역사상 반복테마였고.어쨌든 저자가 북한사람은 아니어도 같은 한국사람 (미국이나 한국이나 적국으로 여기는 상황이건만) 이라는데서 동질감을 느끼는듯 특히 따랐던것 같고 저자에게서 한국말을 듣기를 원하는 모습들 (이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한국말을 사용하는게 허용되지 않음) 에서 역시 정많은 동질적인 한국사람의 모습을 보는것 같기도 했습니다.제약이 많은 상황속에서 학생들이 다른 세계의 진모를 살짝실짝 접하고 (실제는 언급자체가 허용이 안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할수 있는 사고력을 키우고 자신 내부나 외부세계에서의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일깨워 주고자 저자가 열심히 머리 뜯어가며 요런조런 수업및 대화 방법들을 쓰는게 또 상당히 흥미롭기도. 교사도 창의력이 참 많이 필요하다고 새삼 느끼게 됨.저자는 6개월 정도인가 체류했는데 이 이질적이고 각박한 곳엔 더 있으래도 못 있고 나왔지만 (그런 어려운점뿐 아니라 저자의 언더커버 특수상황상 두려움 문제도 컸던 것 같습니다), 가르친 학생들에겐 정이 많이 생겨서 상당히 감정적이 되는 모습도 보입니다.그래서인지 저자는 책 출판 이후 TED talk (짧지만 책 내용 및 저자의 이후 생각들을 집약적으로 잘 담고 있으니 한번 보셔도 좋을듯 함) 에서 이 학생들에게 진실추구와 자주적/비판적 사고를 장려했던 자신의 행동을 반추하며 갈등이 많이 생김을 고백하면서 이 아이들이 미래 혁명을 이끄길 바라지 않으며 그들 체제에 거스르는 어떤 위험한 일도 감수하지 말고 그냥 순응해서 체제의 충실한 군인이 되길 바란다는 얘길 하는데......전 사실 이 부분은 수긍이 가지 않았음.물론 감정적으로 이해가 안가거나 아예 공감할수 없다는건 아니지만, 글쎄요.......겉으로 막 대놓고 체제불응적 행동을 하진 말길 바라더라도 그래도 결국은 그 아이들이 이 학교에서 외국교수들을 만나서 배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회의 가능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고, 조금씩 자신들 마음의 열림과 함께 어떠한 소소한 변화라도 점진적으로 주도했으면 하고 바라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너무 이상주의적인 발상일까.어쨌든 이래저래 참 못할 짓이란게, 아이들에겐 죄가 없는데 싶습니다. 그래서 더욱 우리가 불쌍하게 또는 안타깝게 여길 아이들 또는 청소년들이 우리 가까이 계속 저런식의 삶의 방식에 매여있어야 한다는게............당장 우리가 뭘 할수 있을진 잘 모르겠지만 우리의 무관심과 침묵이 분명 방치처럼 느껴지는것도 사실입니다.우린 알거든요. 그와 다른 삶의 가능성이란게 어떤 것인가를요.어쨌든 이걸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듦. 저자와 밀접한 공동작업으로 상당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형상화로서요. 충분한 인원수를 확보할수 있는 규모면 연극도 영화와는 다른 특별한 맛이 있을것 같고요.사실 이 속편이 무척 궁금해지죠. 같은 저자에 의해서 속편이 나오는건 불가능하겠지만, 이렇게 책이 나오고 전세계적으로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킨 이후, 평양과기대학이나 그때 그 학생들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북한당국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등이요.여담이지만 저자처럼 저도 난 Korean 이라고 했더니 외국사람들에게서 남한사람이냐 북한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고 엄청 황당하게 여긴 경험이 있습니다. 핵무기등으론 들어봤지만 북한의 실상에 대해선 너무 잘 안 알려졌단 뜻이겠죠.저자는 이민의 충격을 써보고 싶었다는 2005년 소설 [통역사]로 한국에서 이미 좀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절판된 책인데 중고시장이나 도서관엔 좀 있을듯.'이민의 충격'이 어떤건가 궁금하시다면 한번.
Posted by garami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