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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07
    연극 [백묵원- 유전유죄 무전무죄] (여성 연출가전 제10회, 2015) 4
  2. 2015.09.05
    연극 [그녀를 축복하다] (여성 연출가전 제10회, 2015) 2
이건 [그녀를 축복하다]를 보고 인터미션후 상연된 연극.

원래 티켓하나가 두개의 공연을 커버하는 거였다는데 무식한 저는 그런줄도 모르고 하마터면 그냥 갈뻔했음. 사람들이 다 그녀를 축복하다 끝나자마자 냅다 1층으로 튀는 분위기였는데 (원래 연극은 5층에선가 하는거라), 다 담배피러 나가는 거였나? ㅎㅎ. 어쨌든 제 예정엔 없던거라 덤으로 같이 딸려온 느낌.
그래서 무식한 저는 (이건 반복해 써줘야 할 필요성을 느낌) 이 연극에 대한 사전지식없이, 별로 관심도 없이, 뭔지도 모르고 봤는데..........이건 그 뭣이냐.......러시아 신파극을 초사실주의 이런 이상한 연극형식으로 감싸 풍자하며 프리젠트하는 듯한 분위기 연극이었음.
나중에 찾아보니 브레히트라는 유명한 독일 극작가 작품이라고 함. 허! 왜 이렇게 러시아 분위기냐? 독일 사람들은 보통 좀 건조형으로 많이 생각되는데, 러시아 사람들은 열정적이고 감정적이라 그런가, 시대상황 분위기도 그렇고 러시아를 떠올리게 함.

확실히 제가 좋아할만한 스타일 연극은 아니었고, 아마 특별히 연극 공부 전문적으로 하시거나 연극 매니아분들로 이런 형식을 충분히 감상하실 수 있는 능력있는 분들이 아니고, 저처럼 보통 분들은 별로 안 좋아하실 스타일 아닐까 추정.

한편으론 희곡 작가란건 알고보니 꽤 매력있는 직업이군요. 연극은 꼭 원래 희곡 그대로 극화되는게 아니라 시대가 바뀌면 바뀌는대로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서 극화되어, 세대를 초월해 매번 무한정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다니. 반면 소설이나 시 같은 작품들은 시대가 바뀌어도 원작으로 읽어내야 하니, 아무래도 고어와 특정 역사적 현실에 매이는 경향이 있는데.

해서 이 작품은 현대 쇼셜 네트워킹 현상과 접목시켜 재해석한것 같음. 전체적으로 사건을 관통해 볼수 있는 또 하나의 관찰자 시각을 제공하는건가?

그런데 역시 번역작이라 그런가, 너무 언어가 어색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번역문 스타일이라 조악하게 들리고 이질감도 많이 드는데, 꼭 이래야 하나 생각. 또한 이런 형식의 연극을 보면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어 대중을 소외시키는거 아닌가 생각듦.
그리고나서 웹서취로 훑어보니 이 연극이 여러 방식으로 재해석되어서 많이 올려진 모양. 연극을 정통으로 공부하신 분들께는 이게 클래식이라 형식도 그렇고 계속 씹는 맛이 남다르셔서 그런가 보다 추측.

그런데 전 솔직히 이 연극이 뭘 말하고 싶은지는 대충 알겠는데, 이 극이 얼마나 원작에 충실하게 해석된건지는 모르겠지만, 꼭 이런 외국 번역작을 외국셋팅 그대로, 번역식 언어 그대로, 이질감 풀풀 나는대로 올려야 하나 의문이 듦. 여기서 말하고 싶은걸 한국 신파적으로 각색하면 훨씬 친근감 있고 창의적으로 신선하고 구성지게 재미지겠구만.

그리고보니 국립극장에서 창극과 결합한 버젼이 있음.
https://www.ntok.go.kr/user/jsp/ua/ua01_1db02v.jsp?menu_code=MA0130&page_nm=ua01_3db01l&page_alt=%C0%FC%C3%BC%C0%CF%C1%A4&pfmc_inf_idx=1014

이건 우리나라식인가? 근데 유투브 동영상보면 너무 화려하게 날라다니는 것같이 보이는게 엄청 산만해 보임. 극 준비 과정은 엄청나구나....멋있어 보이는데.
선전을 보면 이 버젼에선 낳은정 기른정, 모성애가 뭔가 촛점을 맞춘것 같기도 함.
제가 본 이 버젼에선 재판관 구현을 통한 사회풍자냐 신파내용이냐 뭐가 촛점인지 모르겠던데.

하지만 솔직히 우리나라같이 입양문제등에 유아 사고수준에 있는 나라는, 낳은정 기른정 얘길 하려면 그런문제부터 차분히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싶음. 이런 문제를 신파적, 풍자적으로 풀어서 마음에 깊이 와 닿을래나........의구심이 듦.
여자 남자 어느쪽에 문제가 있든 우리나라에선 보통 생식 결함 문제에 얽매여 자기연민에만 빠지기 바빠 입양등의 대안에 대해서는 생각 못하는게 사실 아닌가. 피는 물보다 진해서가 아니고, 피가 안 섞였으면 뼈빠지게 길러 봤자 결국 남이라는 사고방식에, 우리 아이들은 수요가 모자라 외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니. 허! 쓰고보니 이 표현도 현실만큼이나 모질군요.
내 피 섞인 자식은 남 안되나.
캐서린 하이글 (어글리 트루스 여주인공역)이 한국인 아이 입양해 키우고 있다는것 아마 들어보셨을텐데, 부모님이 입양하신 자신의 형제중 하나가 한국인이라서 한국애를 굳이 택해 입양했다죠. 이런것도 국위선양축에 들어갈까 .... - -;; 뭐 막말로다가 입양된 자기 형제가 한국인이라서 한국애는 죽어도 입양 안 할거야 하는것보단 낫겠지...?? - -;;
외국에선 이제 자기 애가 있어도 입양아를 또 들이는 판인데, 우린 수출만 줄창 하고 있음. 그런 점에서 차인표 신애라 부부같은 분들은 참 선구자적 역할을 하시고 있다고 많이 놀람. 사회적으로 깨인 분들이심.
자기 아이만 옹야옹야 할게 아니라 이미 어떤 식으로든 이 세상에 나온 아이들을 모두가 소중히 여기는 사회적 연대감과 책임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열심히 사방팔방으로 샜다가 다시 돌아와서.....
또 한가지 문제는 무대장치.

이게 바닥이 신문지 자른게 엄청 깔린거였음. 연기자들이 여기서 뒹구는 수준이니 엄청 먼지가 날린다고 입장전 관객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줬는데. 관객은 한번 보고 마는거니 그런대로 괜찮지만 매일 이 무대에서 연기해야 하는 연기자들은 어떡하나, 오지랖 넓게 걱정함. 건강은 한번 해치면 회복 못하는걸. 저예산이라고 꼭 이래야 하나? 호흡기 장애 있는 사람은 관람도 못하겠음.

그런데 여자 주인공 하신 분의 연기가 특히 마음에 들어서 눈여겨봄. 본인 역을 너무 진솔하고 설득력있게 연기해주셔서 신파를 싫어하는 저 같은 관객도 끝까지 붙들고 극을 관람하게 해주심. compelling 이란 단어가 저절로 떠오름. 연기 호흡이 빠르게 느리게 강하게 약하게 페이스 조절이며 리듬감이 있어, 진득하고 맛깔스럽게 밀고 당기는 맛이 있음. 이런 분은 TV 사극 연기를 해도 정말 잘 하실것 같음.

그리고 궁금해서 인터파크 평을 보니 어떤분도 저랑 동의해 이 점을 특별히 언급해 주셨네요. 그런데 예전엔 인터파크 평이 왜 이렇게 다 신빙성 떨어지냐 싶었는데 좀 심각한 연극엔 관점이 뚜렷하고 색깔있고 진솔한 여러 좋은 평도 많네요. 호........

(인터파크 티켓 상세 정보서 빌려온 사진)

여주인공이 강해진씨군요.

아츠닥역과 시몬역 하신 분들말곤 실물과 사진이 다 달라보이네요. 왜지? ㅎㅎ. 웃기다.
And
여성 연출가들은 아무래도 연극계에선 소수그룹이라 (물론 연극계뿐은 아니지만) 아마 특별히 기획전을 하는거겠죠. 신진연출가(YB 6팀-레드)들과 기성연출가(OB 5팀- 블루)들이 참가한다고 함.

처음 표 팔때는 인터파크티켓 사이트에서도 연극에 대한 상세정보가 없어서(특히 신진 연출가들 작품) 조기예매를 하려고 해도 할수가 없어 너무 짜증났었는데, 지금은 대충 정보가 채워진것 같습니다. 죄송하지만 이런건 기획자분들이나 홍보팀이 비판을 좀 받아야 한다고 생각.

실정이 어려워 TV나 신문에 광고를 팡팡 때리지 못하는건 이해해도 티켓파는 몇 안되는 사이트에 조기예매시에 맞춰 상세정보도 올리지 못할 정도로 준비가 미진해서 될런지? 연극계 학생들이나 관련직종에 있지 않는 저같은 일반인 중에서도 주제에 따라 관심이 있을수 있는데, 모르는 사람들은 올것 없고 아는 사람들끼리 하는 축제이니깐 굳이 상세정보 만들 필요 없다인가? 그럴걸 뭐하러 티켓사이트에 올리나 싶음. 아는 사람들끼리 나눠 팔고 뿜빠이하지. 쓰고나니.....자료는 받았는데 제대로 빨리 업데이트를 안한 인터파크측에 책임이 있었다면 쓸데없는 말, 죄송합니다.

어디선가 유명한 연출가님이 관객을 구걸하느라 직접 호객행위까지 나서야 했던 상황등 엎친데 덮친격 연극계 어려운 실정을 토로하시는 걸 봤는데, 전 사실 TV 나 신문등의 대중매체탓을 함.
영화도 사실은 엄청 호객행위 해대죠. 영화인들이 TV 토크쇼에 나와, 시사회 열며 홍보해, 프리뷰 기사및 배우들 인터뷰 기사 넘쳐, 유튜브에 홍보 비디오 올려, 외국 메가급 영화배우들도 직접 내한 홍보하고 가는 형편에. 모든게 범람 지향이라 신중한 선택이 불가결하다보니 역시 광고가 중요하군요. 뭐 이렇게 여러 정보가 범람한 사회에서는 뭘 선택하든 정보가 손 닿는 곳에 있어야지.

미국의 NY Times는 각종 문화정보덕에 주말엔 신문두께가 웬만한 잡지책보다 더 두껍습니다. 솔직히 아무도 다 읽는 사람 없을테고 역시 선택의 폭이 넓게 제공된다는게 중요해.
http://www.nytimes.com/theater/shows/all-reviews.html
다른건 다 제치고라도 연극과 뮤지컬 리뷰와 개막전 정보만 총 48개군요 (거의 리뷰임). 이게 한 주말에 몽땅 실린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역시 뉴욕타임스군. 문화 도시라고 주장할만 함. 이런건 좀 배워야 해. 제목과 사진만 봐도 재밌을것 같아서 그냥 한번 보다보니....허! 50 shades를 뮤지컬로도 만들었음. 야하겠다. ㅎㅎ. 흠...어떻게 뮤지컬화했을지 궁금하긴 하군. 비평과 상관없이 보고 싶었겠다.

이건 옆길도 아니고 완전히 뒷길로 샜음.

어쨌든 연극 [그녀를 축복하다] 얘기를 해야죠.

이건 사실 관람전 팜플렛의 메인 스토리만 훑어 본다면 웬 7-80년대 고전 부활? 하고 의문이 드는 내용입니다. 한 유부녀가 춤 배우러 갔다가 바람났다.
7-80년대 한국 유부녀들이 춤추러 다니다가 바람나다 열풍이 전국을 휩쓸었다고 하죠. 한마디로 앞 뒤 다 자르고 바람난 여자들만, 아니 그 당시엔 '실제 바람'은 안 피고 (흐흐. 써놓고 보니 웃김. '실제바람'?) 춤만 배우러 다녀도 죽도록 비난받았죠. 좀 먹고 살만해지고 가전제품등의 발달로 가사노동에 여유가 좀 생기니 여편네들이 헛바람만 들어서 나라 망조낼 짓거리들 한다고.
(근데 그럼 궁금한건 남자들은 왜 바람피는데요? 건전한 국가형성을 위해서? )

어쨌든 유부녀도 바람나기도/바람피기도 한다는건 (쇼킹!!) 이미 현실적으로 잘 알고 있는 얘기이지만, 실제 어디서든지 이 문제를 다루는건 굉장히 조심스러워합니다. 왜냐하면 같은 여자라도 저 똥물이 괜시리 나한테까지 튀길까, 남보다 더 먼저, 남보다 더 소리높여 창녀라고 삿대질해줘야 하니깐요. 그래야 난 깨끗해 보이지 않겠음? 여자들은 바람피면 양쪽에서 돌세례받는 완전 왕따되는거지만, 남자들은 바람핀다고 해서 사회적 고립과 소외 걱정할 필요 전혀 없습니다. 너 아직도 정력 좋냐고 종종 부러움 사기도 합니다. 헉!

어쨌든 연극 보기전엔 볼까말까 상당히 고민되던 연극. 제가 진부하게 얘기 풀어내는걸 제일 싫어하는데, 소위 통속적 내용이고 이런건 끝도 좀 빤한 경향이 있어서. 하지만 유부녀가 바람나다 스토리를 연극에선 얼마나 진부하지 않게 풀어낼수 있을지, 유부녀가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관객에게 얼마나 설득력있게 어필하는지, 과연 그녀는 관객에게 돌 안 맞고 사랑받으며 극을 마무리 지을수 있을지, 난 바람피고 싶어질까 바람피기 싫어질까.............특별히 여성 연출가 기획전이니 기존의 틀을 깨고 사람 뒤통수 팍 때려줄수 있나 궁금해서 봄. 그리고 솔직히 예전 한국의 춤바람이 불러 일으킨 사회적 반향을 생각해서도 이걸 소재로 그녀를 축복하다 타이틀이라....상당히 대담하고 도전적으로 느껴졌음.

빗속에서 나래이션을 하며 노래를 부르며,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 어떤 처량한 곡에 자작가사를 맘대로 붙여가며, 갈라지는 목청에, 음도 막 깨지는 세련되지 못한 솜씨로 불러대는 그녀의 노래는 그녀의 나래이션의 상당부분을 대체하는 듯. 확실히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이에 호소하는데 효과적인 장치. 이게 무슨 음률인지 어디서 들어본것 같긴한데 제가 음악엔 무지한이라. 그런데 극이 끝나고 나서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이게 입에 붙어 한동안 흥얼. 허! 옆에선 미친 사람으로 알았을거야.

연극은 7-80년대 유행하던 쌍쌍춤이 아니라 클래식 무용(현대무용으로 봐야 하나?)을 도구로 설정하는데 탁월한 선택이라 느낌. 클래식한 무용동작의 선과 율동의 아름다움속에서 그녀는 선생님과의 첫 만남을 얘기.
선생님으로 나오는 배우분은 무용을 원래 좀 하시는게 아닐까.......몸매도 무용하시는 분처럼 멋있고, 동작도. 특히 점프력이 놀라움. 바지를 한쪽만 걷어 올리시는데 그건 각선미 자랑인가? ㅎㅎ.
역시 무용은 너무 멋있구나. 덜 쪽팔리기만 하면 당장 가서 배우고 싶음.
처음엔 왜 이렇게 관객앞에 달라붙나했더니, 관객이 거울이었음. 관객앞에 바짝 붙어 노련하게 무용동작을 사사하는 선생님 뒤를 수줍게 바라보며, 무용동작 자세를 교정해주는 선생님의 손길에 가슴뛰어하며, 그녀는 소녀같은 마음이 되어 짝사랑 시작.

연극이 상연되는 극장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인데 무대가 다른 소극장보단 좀 크고 무대 왼쪽 안쪽 구석에 소파가 있고 오른쪽에 의자하나 있는 이외에 무대는 거의 텅~ 비었는데 오히려 정적인 미가 있어 좋았음.

조명때문에 사진상으론 번쩍해 보이지만 실제는 아님. (공연 시작 전 사진)

그런데 이 공간에 자전거 등장과 함께 그녀와 선생님의 눈맞기 스토리 진행. 자전거 너무 좋아~. 얘가 제일 신선 번뜻.
확실히 무대장치가 화려하진 않지만 그녀의 집 무대가 되는 소파, 자전거, 의자, 관객등을 작은 도구로 잘 활용한 공간 미학이 엿보임.

연극에 사용되는 도구나 설정, 구현방식등이 센스있고 감성적, 아기자기하면서도 섬세하게 느껴짐. 여성연출가라선가.
의자 세 개만 사용해 그녀의 내면 갈등 - 남편이냐 선생님이냐 - 을 표현하는 방식도 좋았고, 남편과 선생님을 비교해 상상하는 장면 구현이나 아줌마 현실을 대표적으로 표방해주는 산더미 빨래 도구도 너무 웃김. 아놔~ 빨랫감이 많아도 너무 많음.ㅎㅎ. 이건 현실이야.

어쨌든 비현실적으로 선생님도 그녀를 진지하게 좋아하기 시작하며 그녀와 선생님의 바람피기 스토리 진행....뭐 솔직히 이렇게 잘 생기고 멋있는 독신 선생이 아줌마를 계산없이 좋아한다는거 현실적으로 쉽진 않쟎아요? 이렇게 예쁘고 몸매 예쁜(이라 쓰고 '엄청 마른'이라 읽어줌) 아줌마면 다르려나?

이후 전체 스토리는 대충 예상대로.

극의 도구, 설정, 갈등 구현방식 여러가지로 재미있게는 봤고 주위에 한번 보라고 추천하고 싶음.
여성 연출가의 감수성, 섬세함이 느껴졌고, 배우분들은 노련하게 감정표현 섬세하게 잘 그려내시고 있고 배우들간의 호흡과 케미스트리도 좋았고, 극 페이스 조절도 지나치게 서두르거나 쳐지지 않으면서 충분히 밀고 당겨주기 탄력성과 함께 강약효과가 있어 관객의 감정기복을 차분히 이끌고 있고, 소소하게 유머스럽기도 함.

하지만 솔직히 본인이 처한 여러 다른 상황마다 이 극을 어떻게 읽었는지가 더 궁금함. 저 같은 경우는 주제가 주제니만큼 바라는게 더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라 고백하고 싶습니다.
제가 원했던건 좀더 이열치열, 내면 갈등의 부딪힘과 내외 감정간의 충돌.
사실 그녀의 갈등과 아픈 마음에 감정이입되면서 눈물이 좀 그렁거리는데 펑펑 울게는 안 놔둔다 할까. 어째 펑펑 울고 싶었는데 못 울어서 미진한 느낌이 더 강함. 억지로 감정을 강요하듯 하는거나 괜히 감정 질질끌며 미련 너무 떠는 신파를 싫어하건만, 이 연극은 좀더 감정을 후벼파줬었으면 하는 생각.

해서 처음부터 이 바람은 잠깐 불었다 가는 바람이라고 전제하고 들어가는게 별로 마음에 안 들었음. 처음엔 좀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그녀를 많이 좋아하게 된 선생님은, 그녀의 결혼을 위협할 생각은 없으니 투정 조금 부리다가 일찌감치 뒤로 물러나 잊어야 할 사랑에 대해 마음아파하면서 자기연민에 빠지고, 그녀도 처음부터 돌아갈 자린 정해져있다 전제하는데.

그럼 왜 거기까지 가나?

이 사람이 특별하고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서 내가 믿어온 내 결혼에 대한 믿음을 뿌리채 흔들어 놓지 못하고, 새롭게 나라는 존재, 여자로서의 나에 대해 자각하고, 나를 포함해 주위 모든 것들과 사람에 대해 재평가하는 계기를 만드는데 꼭 이 사람일 필요도 없었다면, 왜 몹쓸 인간말종도 아닌 남편을 잊고, 그 사람에 대한 존중감을 잊고, 우리가 오래오래 같이한 시간들을 잊고, 우리가 같이 쌓아올린 것들을 잊고, 내 아이를 잊고, 그와 내 아이가 가슴아파할 것을 잊고, 거기까지 가나?
왜 짝사랑으로 끝내지 못하지? 왜 그냥 좀 가슴 설레고, 저 사람도 나 좋아하나봐 착각자체를 좀 즐기며, 선생님과 의미없이 좀 시시덕거리다 끝내지 못하지?

그 사람은 내가 특별한 사람이란걸 느끼게 해줘. 내가 정말 남자/여자라는 걸 느끼게 해줘. 일상에 젖은 시시하고 찌질한 남편/아내, 아저씨/아줌마가 아니고. 지금 내가 쓴 이 나라는 옷 벗고 새로 시작할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줘. 나도 다른 내가 되고 싶어. 난 헌옷 지긋지긋해. 새로 시작하고 싶어..........이거야 글쎄 남자들도 바람피면서 흔히 하는 변명이고. 남자나 여자나 상대 배우자가 바람 피면서 속 좀 썩어본 사람은 이 연극보고 더 열받을 수도 있을래나.

솔직히 제 생각은 냉혹한 현실지만 인정해야할건 인정해야 한다고 봄. 쓴 약이지만. 어떤말로 미화시키든........그만큼 기존 배우자인 넌 잠시든 아니든 잊을수 있었던 존재인 거지. 너에 대한 존중감은 그만큼 중요하진 않았던 거고. 자기를 소중하게 여기고 싶은 과정에서 남의 소중한 마음은 상처 줄수도 있다는 걸 감수한거고, 그건 희생할수 있는 댓가라고 본거고.......그 정도를 어느정도로 가늠했던간에. 그 다음 배우자인 너의 선택은 그걸 삼킬수 있냐는 거지.

해서 바람핀 사실이 들통나면서 세 사람의 예상대로의 usual 댄스에는 별로 관심 안 갔고. 이게 실제 밀고당기기나 서로 뺨때리기, 키스 주고받기가 마구잡이로 오가는등 시끄럽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풍자적으로 이 연극에서 표현됐는데, 이 연극의 표현방식이 그런 의미를 시사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지만요.

그래서 끝에 그녀의 선택도 맘에 안드는게. 이럴땐 그냥 관객에게 빅 물음표만 남긴채 끝냈음 함. 어떤면에선 그건 그냥 쉽게 빠져나가는 길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어째 김이 빠지는 걸요. 차라리 관객들에게 이런 저런 등장 인물들과 동일시하면서 나름대로의 결론을 유추하게 놔뒀으면 좋겠음.

해서 어쨌든 전 굳이 그녀를 축복까지 해줘야 할 이유를 여기선 찾지 못했습니다.

역시 기존의 조심조심하는 태도를 이 연극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결혼이란 물론 사회적 공식성 측면에서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도리상 절대 가볍게 여길 약속은 아니죠. 물론 당사자뿐 아니라 누구에게서나 극존중을 요구하죠.
하지만 결혼은 신성한 것도 아닌걸.
사람이란 참 위선적인 존재라 본인이 특별히 결혼을 신성하게 여기지도 않으면서, 어떤 이유로든 이혼했다는 이유만으로 특히 같은 여성들이 여성들에게 쉽게 돌을 던지는게 우리나라 현실인데.
뭐냐. 솔직히 나도 참는데 넌 못 참냐고 화풀이냐 의구심이 들기도 함. 배우자 하나만 생각하면 이혼하고 싶어도 이런저런 것들이 걸려 이혼 못 하는게 더 비일비재한 형편에.

한가지 형식상 마음에 안 들었던건 그녀의 동작중 나래이션이 너무 많았다는게. 사실 이건 춤과 무언의 표정 제스츄어 표현중 노래부르기로 채워줬으면 어땠을까 했음. 연극시간이 1시간으로 너무 짧아서였나?

그리고 뒤에 발레리나 의상은 왜지? 소녀같은 마음 표상인가? 글쎄 아마도 일부러 그런 거였겠지만 전 특별히 개연성을 못 느끼고 오히려 작위적으로 느껴졌음.

중견배우들이시라 그런지 연기가 다들 너무 훌륭하시네요. 역시 훌륭한 연기로 표현되는 연극의 생생한 현장감은 사람을 강하게 (압도하는 힘? 라고 썼다가 그보단.....) 극 상황에 빨아들이는 힘이 있습니다. 제가 연극을 보고난후 연극에 대해 되새겨보고 이 생각 저 생각 드는걸 두서없이 끄적거려 봤지만, 연극볼땐 푹 빠져서 보느라 별 딴 생각할 틈도 없었던게 사실임.


(밑의 사진은 단순히 이 연극정보 추가용으로 인터파크티켓 상세정보를 빌려옴. 선전되고 좋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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